[책소개] 질주와 성좌

마르크스와 프루스트가 문장에 아로새겨놓은 세계와 인간!

장효임기자 승인 2024.03.12 16:34 의견 0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제로 읽은 사람은 별로 없는 책들이 있다.많은 사람이 말하지만 거의 읽지 않는 책에 대해 소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그 책을 읽는 사람이 더듬어 나아간 길을 따라가는 것이 한 방법일 수 있겠다.이 책은 그러한 책읽기 여정의 한 기록이다.

이 책의 부제 '마르크스와 프루스트'에서 두 인명은 각각 [자본]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뜻한다.저자는 서문에서 이들의 문장을 모으는 일에서 이 책이 시작되었다고 쓴다.

AI가 인간을 대신하고 잃어버린 시간마저 디지털 상품으로 거래되는 포스트휴먼 시대에 마르크스와 프루스트의 책에 대해 말하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가?저자는 백수십여 년 전 세계를 제국으로 편성하던 영국 사회를 분석하여 세계의 양식을 제시하는 책과 우리의 낙원은 오직 잃어버린 낙원임을 보여주려는 책을 통해 우리의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내다보고자 한다

프루스트가 되찾으려는 시간이 시인들이 그동안 저마다의 시선과 운율로 노래해 온 스쳐지나간 시간이라면 마르크스가 줄곧 눈길을 던지는 것은 노동자 계급의 현재 시간을 지배하는 자본으로 육화한 그의 과거라고 말한다.한 책은 노동자가 잃어버린 시간을, 또 한 책은 우리가 습관 속에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질주와 성좌] 책표지 (사진제공=장효임 기자)


"세계는 오지 않은 과거이며 인간은 지나간 미래다!"

지금에 이른 우리의 과거를 비춰보고 우리의 시간을 되찾는데 마르크스와 푸르스트만한 책이 없다고 이야기하는 저자는 이들의 책에서 인간과 세계,역사를 읽어내고 새로운 세계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신선한 지적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질주하는 '자본'의 문장들은 마르크스의 세계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성좌가 되려는 문장들은 프루스트의 성당을 채운다.책의 제목 '질주와 성좌'는 그 여정의 시작 지점과 책이 끝까지 흩트려뜨리지 않으려는 초점을 명시하고 있는듯하다.

두 책이 다 낯선 독자라면, 제4장 뒤에 붙인 '보론-철학적 독법'을 먼저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권한다.

읽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그러나 이 책을 읽는 독자는 빽빽한 열대의 밀림과 같은 활자와 낱말,문장들로 이루어진 숲 속에서 길을 잃거나 주눅들지 않고 숲을 통과하여 새로운 세계에 이르는 데 없어서는 안될 나침반을 손에 쥐게 되리라.

<서울=인터넷뉴스=장효임기자>

#질주와성좌 #마르크스 #프루스트 #자본 #잃어버린시간을찾아서 #장재현 #알라딘서점 #예스24 #교보문고

저작권자 ⓒ 나우인터넷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