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4월 20일, 정부에서는 ‘장애인의 날’을 공식적으로 선포했다. 이전에도 민간 단체에서 장애인 차별 철폐를 외치며 챙겨오던 기념일이었으나, 정부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1981년이 처음이었다.
이후로 40년 이상 흐른 지금, 2022년 통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등록 장애인 수는 250만여 명. 아직도 장애인은 노동권과 이동권 등의 인권을 보장받기 위해 여전히 애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성동문화재단이 선사랑회와 함께 지난 4월 9일, 뜻깊은 전시회를 개최했다는 소식을 듣고 직접 다녀왔다. ‘낮고 곧게 가는 목소리는 우리를 만나게 하지...’라는 제목으로 선보인 이번 전시회에는 장애·비장애 작가 25명의 작품이 정물화, 인물화, 풍경화 등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작품이 전시됐다.
◆ 올해 24주년 맞이한 선사랑회, 25인의 작가 대표작 전시
2000년 처음 결성한 이래 장애인과 비장애인 작가진이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작품활동을 이어온 선사랑회는 올해로 24주년을 맞이한 프로 작가들의 모임이다. 그림을 사랑하는 이들이 한데 모여 함께 작품활동을 하고 영감을 나누기 위해 결성된 이래 신현임 회장을 필두로 해 꾸준히 전시회를 개최해 왔다.
‘낮고 곧게 가는 목소리는 우리를 만나게 하지...’라는 주제에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의미하는 ‘낮은 목소리’, 왜곡 없음을 의미하는 ‘곧게 가는 목소리’가 곧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를 허물고 ‘우리’를 만나게 한다는 취지가 담겨 있다. 본 특별기획전에 참여한 25명의 작가진이 관람객들에게 무엇을 전하고자 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 유화부터 디지털 프린트까지 각양각색의 매력 선보여
네 살 되던 때에 소아마비를 앓고 지체장애인이 되었으나 약사가 되기를 포기하고 화가로서의 삶을 택한 신현임 작가의 ‘샤론의 꽃’, 물감을 접한 이후 용기를 얻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게 되었다는 김재호 작가의 ‘고려청자’ 등 다채로운 색감과 붓 터치가 돋보이는 작품은 물론이고 디지털 프린트 기법으로 완성해 낸 청각장애인 홍석민 작가의 ‘Rhythmic mountain and water’ 등도 눈여겨볼 만한 작품이다.
전시회장에 들어서면 작품의 하단에는 제목과 작가의 이름 외에 아주 간단한 정보만이 적혀있다. 어느 작가가 무슨 장애를 지녔는지, 혹은 장애 여부가 작품 활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관한 정보는 일절 존재하지 않는다. 그 어떤 편견 없이, 오로지 캔버스를 바라보는 관람객의 시선만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낮지만 곧게 뻗은 그들의 목소리를 온전히 들을 수 있다.
◆ 눈에 보이는 장애 아닌 그림으로 소통하는 시간
예술이란 손으로 만든 작품이 아니라 예술가가 경험한 감정의 전달이라고 한다. 대문호 톨스토이의 말이다. 이 말을 방증이라도 하듯 이번 전시회에서는 장애인·비장애인 작가들이 얼마나 다채로운 색깔의 삶을 살아왔는지, 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했는지, 그리고 캔버스 위에 녹여내고자 했던 삶의 경험이 무엇인지까지 알아볼 수 있다.
전시 공간은 그리 크지 않지만, 단정하고 안락하다. 마음을 편안히 해주는 클래식 음악을 배경 삼아 장애가 아닌 그림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을 꼭 누려보기를 바란다.
‘낮고 곧게 가는 목소리는 우리를 만나게 하지...’는 오는 2024년 4월 20일까지 소월아트홀 1층 소월전시실에서 일요일과 공휴일을 제외한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 운영되며 관람료는 무료다. 더 자세한 정보는 성동문화재단 홈페이지(https://www.sdfac.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나우인터넷뉴스=윤정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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