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바쁜 일상이 흐르는 도시의 중심을 벗어나 인왕산 자락 아래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면 도시의 소음이 잦아들고, 대신 바람소리와 새소리가 들려온다. 청운 효자동. 이 작은 동네의 조용한 골목 안에, 마치 시간을 거슬러 들어온 듯한 공간이 있다. 바로 <청운문학도서관>이다.

청운문학도서관 입구 (사진=강성화)


나지막한 한옥 지붕, 손때 묻은 나무 기둥, 그리고 누군가 정성스레 쓸어놓은 듯 가지런한 마당. 그 안에 문학이 머무르고 있었다.

한옥과 문학의 아름다운 만남

청운문학도서관의 한옥 양식 (사진=강성화)


2014년 개관한 청운문학도서관은 올해로 11주년을 맞았다. 원래 청운공원 관리소로 쓰이던 낡은 건물이 있던 자리가 종로구 최초의 한옥 도서관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1층은 전통 한옥 양식, 지하 1층은 현대식 열람실로 구성된 이 공간은 2015년 대한민국 한옥대상을 수상하며 그 건축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시인의 서재 같은 아늑한 공간이 펼쳐진다. 벽면을 따라 빼곡히 꽂힌 책들은 저마다 묵직한 사연이 담긴 듯 고요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자연과 문학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

정자 뒤로 보이는 멋스러운 폭포 (사진=강성화)


이곳의 매력은 단순히 책만이 아니다. 폭포와 연못, 정자가 어우러진 자연 친화적 공간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 특별하다. 정자에서 창을 열면 폭포가 그림처럼 펼쳐져 사진 명소로도 유명하다.

청운문학도서관의 한 사서는 "처음 이곳에 왔을 때 '여기가 정말 도서관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특별한 공간"이라고 말한다. 실제 방문자들도 "사방이 막힌 콘크리트 도서관에서는 절대 느낄 수 없는 빛의 색, 물소리, 한옥 특유의 나무 냄새까지 기분 좋은 낯설음과 차분함을 동시에 느낀다"는 소감을 남겼다.

문학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

아이들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는 실내 열람실 (사진=강성화)


이곳에서는 다양한 독서 모임과 창작 활동, 세미나, 강연, 문학 관련 특별 전시 및 체험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사람들은 말없이 자리를 잡고 앉는다. 누군가는 시를 베껴 쓰고, 누군가는 책상 위에 커피 한 잔을 올려두고, 창밖 풍경을 가만히 바라보다 다시 책장을 넘긴다.

가끔은 작가가 찾아와 낭독을 하고, 누군가는 조심스레 시를 써 내려간다. 큰 소리로 말하지 않아도, 이곳에선 마음이 먼저 움직인다.

청운문학도서관은 단순한 도서관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이 누군가의 삶에 닿는 순간, 그 모든 흐름을 조용히 품어주는 '문학의 집'이다.

종로라는 도시가 가진 깊이와, 한옥이 가진 품격, 그리고 문학이 가진 따뜻한 고요함이 이 작은 도서관에 모두 담겨 있다.

이곳에 다녀온 뒤로 나는 가끔 복잡한 마음이 생길 때 그 풍경을 떠올린다. 붉은 기와 아래 조용히 머물던 문장들, 마당을 건너던 햇살, 그리고 눈을 맞춘 시 한 줄.

청운문학도서관은, 문학이 우리 곁에서 아직도 살아 숨 쉰다는 것을 조용히, 그러나 깊이 알려주는 서울 안의 아주 특별한 공간이다.

찾아가는 길

- 위치: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36길 40
- 운영시간: 화~토요일 10:00~22:00 (동절기 10:00~19:00), 일요일 10:00~19:00
-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추석 연휴
- 접근방법: 윤동주문학관에서 도보 약 5분, '자하문고개·윤동주문학관' 정류장 이용
- 문의: 070-4680-4032~3

<서울=나우인터넷뉴스=강성화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