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에서 청량리 방향으로 조금 걷다보면 사거리 건너편에 경동시장 간판이 보인다.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곳으로 늘 인산인해를 이룬다.
경동시장은 말 그대로 서울의 동쪽에 있는 시장이라는 뜻으로 한국전쟁 후 청량리역을 통해 서울로 들어온 강원도와 경기도 동쪽의 농산물과 임산물, 약재 등이 청량리역 부근에서 거래되면서 자연히 형성된 시장이다.
이곳은 사실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경동시장을 시작으로 약령시장, 청량리청과물시장, 종합시장, 수산물시장, 광성상가 등이 모두 이어져 있다. 여러 시장이 모여 있다 보니 취급하는 품목도 매우 다양하고 그 규모도 상당하다.
경동시장이 자리 잡은 제기동은 원래 ‘노인들의 홍대’로 불리던 곳이다. 2023년 서울교통공사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종로3가역과 더불어 노인 승하차 인원이 가장 많은 역 중 하나가 바로 서울 지하철 1호선 제기동역이다.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상품들과 먹을거리가 많고 노인들의 유흥가로 손꼽히던 콜라텍과 같이 노인들이 즐길 거리가 많아서였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소위 ‘MZ’라고 불리는 젊은 세대들의 방문이 크게 늘고 있다. 경동시장에 어떤 변화가 일어난 것일까?
그 시작에는 스타벅스 경동1960점이 있다. 2022년 12월에 오픈한 이곳은 경동시장 본관 내부에 있던 구 경동극장 자리를, 극장 좌석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극장의 레트로한 이미지를 그대로 차용한 리모델링으로 젊은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경동시장을 일명 ‘MZ핫플’로 만든 장본인이다.
스타벅스 경동1960점은 지역 상인과의 상생을 위한 커뮤니티스토어 5호점으로 매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품목당 300원씩 적립해 경동시장 상생기금으로 조성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스타벅스 입구에는 LG전자에서 만든 복합문화공간인 ‘금성전파사 새로고침센터’가 위치해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재미와 볼거리를 더해주고 있다. 스타벅스와 LG전자는 경동시장 상인회와의 협약을 통해 두 회사에서 리모델링 비용을 부담하고 이곳 매장을 운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최근 성시경의 ‘먹을텐데’, 홍석천, 이원일의 ‘천하일미’, ‘떡볶퀸’ 등 2030세대가 주로 시청하는 유튜브 채널에 경동시장과 청량리시장의 저렴하면서도 맛있는 가성비 맛집들이 소개되면서 방문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안동집 손칼국시’ ‘남원통닭’, ‘황해도순대’ 등 이미 맛집으로 알려진 곳들이기도 했지만, 유튜브의 광고효과로 젊은 고객이 더욱 급격하게 늘어난 것이다.
많은 사람이 찾는 까닭에 유튜브에 소개된 맛집 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시장이 인기가 많아지면 이른바 바가지요금으로 문제가 되었던 여타 시장과는 다르게 맛과 품질, 가격을 잘 유지하는 덕에 경동시장의 인기는 날로 느는 중이다.
경동시장은 한약재로도 유명하다. 국내에서 거래되는 한약재의 70%가 이곳에서 거래되며 한의원, 한약국, 약재상 등 1000여개의 업체가 모여 있는 국내 최대의 한방관련 특구이다.
1995년에는 경동시장의 일부가 서울특별시로부터 ‘서울약령시’로 지정되기도 했다. 제기동역 부근에서는 약령시를 알리는 대문과 같은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서울약령시 대문 조형물을 지나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멋들어진 3층짜리 한옥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동대문구에서 운영하는 ‘서울한방진흥센터’로 조선 초기 이 지역에 병든 백성을 치료하고 음식을 나눠주던 구호기관인 보제원이 설치되어 19세기 말까지 운영되었던 것을 인연삼아 설립되었다고 한다.
한의약의 전통과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고 체험할 수 있도록 꾸민 한방복합문화체험공간이다. 센터 내에는 서울약령시한의약박물관을 비롯한 전시와 족욕 체험, 약선음식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마련되어 경동시장에 들렀다가 한번쯤 들러 봐도 좋을 곳이다.
화창한 주말, 가족, 친구들과 함께 경동시장 나들이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서울=나우인터넷뉴스=임은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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