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윤동주 시인이 세상을 떠난 지 80년이 되는 해다.

일제강점기, 민족과 양심 사이에서 고뇌했던 젊은 시인의 짧지만 깊은 생애를 기리는 공간, 윤동주 문학관을 찾았다.

인왕산 자락, 청운동 골목길 끝에 자리한 윤동주 문학관의 외부 전경 (사진제공=여태훈기자)

서울 종로구 청운동, 인왕산 자락에 자리한 윤동주 문학관은 윤동주 시인의 문학과 삶, 그리고 정신을 기억하기 위한 공간이다. 과거 청운 수도가압장을 리모델링한 이 문학관은 시인이 생전에 느꼈을 고요와 침묵을 그대로 담아낸 듯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문학관은 총 세 개의 공간으로 나뉜다. ‘시인채’, ‘열린 우물’, ‘닫힌 우물’로 이어지는 동선은 마치 시인의 생애를 따라 걷는 길처럼 느껴진다.

‘시인채’에는 윤동주의 생애, 유년기 사진, 시 초고 등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제공=여태훈기자))

첫 번째 전시실 ‘시인채’는 윤동주의 삶과 문학의 시작을 담아낸 공간이다. 입구를 들어서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다양한 시대의 윤동주 관련 책 표지들이 가장 먼저 방문객을 맞이한다. 마치 오래된 도서관 속 시집 코너처럼, 시인의 작품 세계가 오롯이 펼쳐진다.

마주한 벽에는 윤동주의 생애를 시간의 흐름에 따라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된 9개의 세로형 전시대가 시선을 끈다. 각 전시대 안에는 자필 원고 영인본과 생전 사진, 책자들이 정갈하게 배치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그 속에서 시인의 발자취를 차분히 되짚어볼 수 있다.

물자국이 남은 벽 너머로 열린 하늘, 시인의 내면을 비추는 ‘열린 우물’ (사진제공=여태훈기자)

두 번째 전시실은 ‘열린 우물’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윤동주의 시 「자화상」 속 상징적인 우물에서 영감을 받아 오래된 물탱크의 윗부분을 개방해 중정처럼 꾸민 공간이다. 내부 벽면에는 예전에 물이 차 있었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얼룩들이 말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위로는 하늘이 열려 있어 마치 시인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창처럼 느껴진다. 조용히 서 있기만 해도 생각이 길게 이어지는 공간이다.

침묵의 공간으로 들어서는 문, 윤동주의 내면을 마주하는 ‘닫힌 우물’의 입구 (사진제공=여태훈기자)


이어지는 세 번째 전시실 ‘닫힌 우물’은 또 다른 물탱크 공간을 원형 그대로 보존한 전시실이다. 조명이 절제된 어둑한 공간 안에서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침묵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곳에서는 윤동주의 삶과 시세계를 다룬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데 마치 우물 안에 잠겨 있는 시인의 고요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듯 시 한 편 한 편이 묵직하게 다가온다.

윤동주문학관 외벽에 새겨진 수상 기록들. 시인의 삶과 정신을 기리는 공간은 국내관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사진제공=여태훈기자)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생을 마감한 지 80년이 지났다.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는 여전히 독자들 곁에 머물고 있다. 문학관은 시인을 기리는 공간이자, 그 시대를 돌아보는 하나의 기록물로 남아 있다. 별을 노래하던 시인의 언어는 오늘도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

▶ 윤동주 문학관 정보

위치: 서울 종로구 창의문로 116
운영 시간: 10:00~18:00 (입장 마감 17:30, 휴게시간 13:30~14:00)
휴관일: 매주 월요일, 1월 1일, 설날·추석
관람료: 무료
대표전화: 02-2148-4175

<서울=나우인터넷뉴스=여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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