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암사지 박물관 내부 모습 (사진제공=신희진기자)
경기도 양주시 회암동에 자리한 회암사지(檜巖寺址)는 고려 말에서 조선 초까지 불교문화의 중심지로, 오늘날에는 그 역사적·문화적 가치로 인해 국가 사적 제128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단순히 옛 절터를 보존하는 공간이 아니라,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살아있는 배움터’로서의 의미를 새롭게 얻고 있다.
회암사는 고려 후기 왕실의 후원을 받으며 크게 번성했던 사찰로, 특히 조선 태조 이성계가 즉위를 준비하던 시절 깊은 인연을 맺은 곳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의 회암사는 수많은 전각과 승려, 그리고 불교 의례로 가득했던 거대한 종교도시였다. 하지만 조선 초기 숭유억불 정책으로 폐사되며 긴 세월 동안 역사 속에 묻혔다. 이후 1990년대부터 본격적인 발굴조사가 이뤄지면서, 당시 사찰의 규모와 불교문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유적과 유물이 하나둘 드러났다.
이러한 발굴 성과를 바탕으로 2011년에 개관한 회암사지박물관은 유물 전시뿐 아니라 지역 평생학습의 중심공간으로서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박물관은 전시 해설, 유물 체험, 어린이 고고학 교실, 문화재 탐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교육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으며, 특히 양주시 평생교육원과 연계한 시민 강좌를 통해 역사·문화 이해를 넓히는 장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유적에서 배우는 시민역사학교”와 같은 프로그램이 주목받고 있다. 참가자들은 직접 유적지를 탐방하고, 발굴된 유물을 관찰하며, 조선 왕조의 건국 이념과 불교 문화의 관계를 학습한다. 이는 단순한 견학이 아니라, 시민이 지역문화의 주체로서 참여하고 해석하는 참여형 평생교육의 좋은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회암사지박물관은 지역의 문화예술 단체 및 학교와 협력하여 청소년 인문캠프, 문화해설사 양성 교육, 전통공예 체험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지역주민은 문화유산을 매개로 세대 간 소통과 공동체적 가치를 재발견하고 있다. 특히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은빛 문화해설사 과정’은 은퇴 후 삶의 활력을 찾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양주시는 이러한 평생학습형 문화유산 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시민이 배우고 가꾸는 문화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단순히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 스스로 역사를 해석하고 지역 문화를 계승하는 주체로 서는 것이다. 회암사지는 그 중심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교육적 가치를 동시에 품은 공간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 시민 참여자는 “예전에는 박물관을 그냥 유물 구경하는 곳으로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이곳이 양주 역사와 제 삶을 이어주는 배움의 공간이 되었다”며 만족감을 전했다.
역사와 교육, 그리고 시민의 삶이 어우러진 회암사지와 회암사지박물관. 그곳은 더 이상 과거의 흔적에 머물지 않는다. 오늘도 이곳에서는 나이와 직업을 넘어선 평생학습의 꽃이 피어나고 있다.